수많은 전철이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신도림역의 저녁은,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피로 섞인 외투 깃과 고층 테크노마트 빌딩이 자아내는 거대한 그늘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빌딩들의 세련됨 이면에는 여전히 오래된 벽돌 골목길들과 그 틈바구니로 정겹게 피어나는 포장마차 뚝배기 냄새가 우리들의 향수를 조용히 안아주곤 한다. 얼마 전, 예전 첫 직장에서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선배와 오랜만에 신도림 어귀에서 기분 좋은 잔을 나누는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인생 포부와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몰입할 아늑하고 정갈한 모임의 방을 자연스레 물색했다.
소중한 지인들을 모셔 격식 있게 대접할 특별한 자리를 기획할 때면, 굳이 인터넷 검색창의 가벼운 광고 전단이나 정보 과잉의 포스팅인 신도림 룸싸롱 가격 같은 피곤한 요금표를 눈 아프게 훑어보려 애쓰지 않더라도, 주차가 편리하고 영접 서비스가 보장된 아늑한 개인 룸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융통성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적인 밤을 다듬어낼 수 있다. 화려하고 번잡한 간판들 틈바구니에서 모던하게 마감된 세련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하게 실내를 채우는 간접 조명과 위생적인 룸 공기가 비로소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긴장 완화를 선사한다. 마이크 청소도 청결히 되어 있어 선배와 격의 없는 솔직한 대화를 채우기에 흠잡을 곳이 없다.
이완 속에 깊이 새겨지는 묵묵한 위로와 신뢰방음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정갈한 개인 공간 안에서, 선배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목청을 높여 소리를 부르고 잔을 기울이다 보면 한겨울 밤의 차가웠던 긴장들은 눈 녹듯 사라진다. 품격이라는 훌륭한 가치는 겉만 요란한 사치에 기댈 필요 없이, 내 뚝심을 지키며 눈앞의 상대를 존중하고 정중하게 멜로디를 나누는 배려 속에서 굳건하게 꽃피는 것이다. 신도림의 모퉁이 아지트에서 얻어낸 이 진솔한 대화의 온기는 내일부터 다시 바쁘게 맞이할 단조로운 업무 일상 속에서도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소중한 위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배를 배웅하고 돌아온 밤길 위로 엷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가슴속 가득히 채워진 온기 덕분인지 전혀 춥지 않게 느껴졌다. 나만의 소박하고 정갈한 쉼표를 가슴속 서랍에 귀중하게 간직하고 다가올 내일 아침을 기분 좋게 준비해 본다.